시놉시스란 무엇인가 | 아이디어를 이야기로

좋은 아이디어가 나왔습니다

컨셉도 정했습니다

레퍼런스도 찾았습니다

그런데 실제 제작회의에서는
여기서 꼭 다음 질문이 나옵니다

그래서 영상은 어떻게 시작해서
어떻게 끝나는데?

아이디어가 있다고
영상이 만들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아이디어를
이야기로 만들어야 합니다

여기서 필요한 것이
시놉시스(Synopsis)​입니다


시놉시스는 줄거리만 쓰는 것이 아닙니다

시놉시스라고 하면 흔히
영상의 줄거리를 짧게 정리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틀린 말은 아닙니다

하지만 영상 기획에서
시놉시스가 하는 역할은 조금 더 중요합니다

아이디어가 하나의 영상으로
어떻게 흘러갈지를 정하는 것

이것이 시놉시스입니다

무엇으로 시작할 것인지

어디에서 이야기가 바뀔 것인지

무엇을 가장 강하게 보여줄 것인지

그리고 어떻게 끝낼 것인지

머릿속에 흩어져 있던 아이디어를
하나의 흐름으로 만드는 일입니다

좋은 장면이 많다고
좋은 영상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기획회의를 하다 보면
좋은 장면은 의외로 많이 나옵니다

이런 장면을 넣어보자

여기서 이런 카피를 쓰자

마지막에는 이런 그림으로 끝내자

하나씩 보면
모두 좋은 아이디어입니다

문제는
그 장면들이 왜 그 순서로 있어야 하는가입니다

앞 CUT과 다음 CUT이 연결되지 않으면

아무리 멋진 장면을 많이 넣어도
영상은 하나의 이야기로 보이지 않습니다

제가 실제 제작에서 중요하게 보는 것도
바로 이 부분입니다

한 CUT이 얼마나 멋있는가보다
다음 CUT을 보고 싶게 만드는가

영상은 한 장의 이미지가 아니라
시간을 따라 보는 콘텐츠이기 때문입니다

지금까지 우리가 한 일을 연결해보면

1탄 브리프는
무엇을 왜 만들어야 하는지 정합니다

2탄 컨셉은
아이디어가 가야 할 방향을 정합니다

3탄 아이디어는
컨셉을 어떻게 보여줄지 생각합니다

4탄 레퍼런스는
생각한 방향을 다른 사람에게 보여줍니다

그리고 이제 시놉시스입니다

BRIEF → CONCEPT → IDEA → REFERENCE → SYNOPSIS

시놉시스는

지금까지 나온 아이디어를
하나의 이야기로 연결합니다


예를 들어 러닝화 광고를 만든다면

컨셉을 이렇게 잡았다고 해보겠습니다

달리는 순간
도시가 놀이터가 된다

여기서 아이디어는 얼마든지 나올 수 있습니다

텅 빈 도로를 달리는 사람

도심의 계단을 뛰어오르는 모습

횡단보도를 트랙처럼 질주하는 모습

빌딩 사이를 달리는 모습

좋은 장면들입니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아직 하나의 영상이 아닙니다

이제 흐름을 만들어봅니다


아직 도시가 깨어나지 않은 새벽

한 사람이 운동화 끈을 묶습니다

그리고 텅 빈 도로를 달리기 시작합니다

그가 달리기 시작하는 순간

평범했던 도시의 공간들이
하나씩 러닝 트랙으로 변하기 시작합니다

계단도, 횡단보도도, 골목도

그가 달리는 모든 곳이
새로운 놀이터가 됩니다

그리고 도시가 깨어날 무렵

그는 가장 높은 곳에 도착합니다

눈앞에는
이제 막 하루를 시작하는 도시가 펼쳐집니다


같은 아이디어입니다

그런데 이제

시작이 생겼고,
변화가 생겼고,
끝이 생겼습니다

이것이 시놉시스가 하는 일입니다

아이디어에는 장면이 있고
시놉시스에는 흐름이 있습니다

실제 제작에서는 좋은 장면을 버리기도 합니다

오랫동안 광고와 홍보 영상을 만들면서
수없이 경험했던 일입니다

정말 좋은 장면이 나왔습니다

촬영하면 멋있을 것 같고
클라이언트도 좋아할 것 같습니다

그래서 꼭 넣고 싶습니다

그런데 전체 이야기에 넣어보면
흐름을 끊습니다

그럴 때는 빼야 합니다

좋은 CUT이라고 해서
반드시 영상에 필요한 CUT은 아닙니다

전체 이야기에 필요하지 않다면
좋은 장면도 버려야 합니다

이게 실제 기획에서는 꽤 어렵습니다

아이디어를 만드는 것보다
내가 좋아하는 아이디어를 버리는 것이
더 어려울 때도 있습니다

그래서 시놉시스를 쓰는 과정은

아이디어를 더 많이 넣는 과정이 아니라

어떤 아이디어를 남길 것인지
결정하는 과정이기도 합니다


시놉시스가 나오면 비로소
제작 이야기를 시작할 수 있습니다

시놉시스가 정리되면
머릿속에 있던 아이디어가
하나의 이야기로 보이기 시작합니다

어떤 장소가 필요한지

어떤 인물이 필요한지

어떤 부분을 중요하게 보여줄지

이제 하나씩 구체적으로 생각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 이야기를 바탕으로

구성안을 만들고, 

콘티를 그리고,

제작 방법을 결정합니다

시놉시스는
기획서에 들어가는 줄거리 한 페이지가 아닙니다

아이디어를 이야기로 만들고 
그 이야기를 실제 영상으로 발전시키는
첫 번째 설계도입니다


AI 시대에는
시놉시스가 더 중요해집니다

예전에는 한 CUT을 찍기 위해서
많은 준비가 필요했습니다

촬영 장소를 찾고

배우를 섭외하고

카메라와 조명을 준비해야 했습니다

한번 촬영에 들어가면
쉽게 되돌리기 어려웠기 때문에

촬영에 들어가기 전에
어떤 이야기를 할 것인지
그 흐름을 충분히 고민했습니다

하지만 AI가 등장하면서
영상을 만드는 방식은 달라졌습니다

떠오른 아이디어를
바로 이미지로 만들어볼 수 있고

원하는 움직임을 더해
영상으로 만들어볼 수도 있습니다

마음에 들지 않으면
다시 만들어볼 수도 있습니다

CUT을 만드는 일은
훨씬 빠르고 쉬워졌습니다

문제는 여기서 시작됩니다

만들기 쉬워지니까

이야기를 정하기 전에
CUT부터 만들기 시작하는 것입니다

멋진 CUT은 계속 만들어지는데

왜 이 CUT이 필요한지

앞뒤로 어떻게 이어지는지

결국 어떤 이야기를 하고 싶은지는
점점 흐려질 수 있습니다

폴더 안에는
멋진 이미지와 영상이 계속 쌓이지만

하나의 영상으로
이어지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CUT이 없어서가 아니라 
이야기가 없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AI 시대에는
시놉시스가 더 중요해집니다

AI로 제작을 시작하기 전에

어떤 이야기를 할 것인지 
어디에서 시작해 어떻게 끝낼 것인지

먼저 이야기의 흐름을 정합니다

그래야 수많은 가능성 가운데
우리 이야기에 필요한 CUT을 선택할 수 있습니다

AI는 영상을 만드는 방식을 바꿨습니다 
하지만 이야기가 먼저라는 순서는 바뀌지 않았습니다


시놉시스를 쓸 때 네 가지만 생각해보세요

어떻게 시작하는가

첫 장면에서
무엇을 보여줄 것인가

어떻게 전개되는가

처음에서 마지막까지
이야기가 어떻게 이어지는가

무엇을 남길 것인가

영상을 보고
사람들이 무엇을 기억해야 하는가

어떻게 끝나는가

마지막 CUT에서
어떤 감정과 메시지를 남길 것인가

이 네 가지가 보인다면

시놉시스의 뼈대는
이미 만들어진 것입니다


CUT은 AI가 만들 수 있습니다
이야기는 우리가 만들어야 합니다


NEXT FRAME

시놉시스가 완성됐다면
이제 이야기를 구체적인 CUT으로 나눌 차례입니다

어떤 CUT이 필요한지

어떤 순서로 보여줄지

화면에는 무엇이 보여야 하는지

다음은
스토리보드입니다

NEXT STORY

6탄

스토리보드란 무엇인가

생각한 영상을
촬영하기 전에 먼저 보여주는 방법

→ 다음 글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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